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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서 스마트소설] 누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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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서
기사입력 2019-09-21

[박준서의 스마트소설] 

 

                     누가 산다

                           

                                                          박준서

 

 

장미에게 있는 가시가 이상하다. 이것은 날카로운 톱날처럼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예리하지만 끝은 둥글게 보였다. 창문으로 들어 온 아침햇살에 장미꽃이 요염한 보석처럼 반짝였다. 빛나는 누구처럼. ‘그래 아까 것은 부러질지도 몰라. 이것으로 끝내는 거야.’ 그것을 뒷주머니에 꽂은 토토 씨는 방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갔다. 침대에서는 세상모르게 누가 자고 있었다.

 

B시가 유네스코로부터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되었다고 지역 문인들에게도 따사롭게 굴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였는데 청사에서는 시와 엣세이 등이 마구 부화되어 크리스마스 캐롤처럼 흘러 나왔다. ‘노오벨 시야- 노오벨 엣세이야-’하면서. 물론 토토 씨가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지 들렸다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문학인 아파트 단지라나 뭐라나 기공식으로 법석대더니 이번에는 각 지역에 옛날부터 내려오는 구전 설화를 정리, 소설화 작업을 한다고 조용한 부산을 떨었다. 그 덕분에 B시에 주소지를 둔 이름 없는 토토 씨에게까지 연락이 왔다. B시엔 그전부터 책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이름만 들어도 ! 그 분.’혹은 ! 그 사람 잘 쓰지.’하는 필력이 센 A급 작가들이 많았다.

 

그런데 B는커녕 C급에도 못 들고 모임에 나가면 언제나 뒤통수에 짝퉁이라는 화살을 서너 대씩 맞고 들어오는 토토 씨에게까지 청탁이 온 것을 보면 동네마다 내려오는 옛날이야기가 많았던 모양이었다. 원고지 팔십 매 정도만 쓰면 출판도 하는데 무엇보다도 고료가 따브스럽다는 것이었다. 지갑이 돈 냄새 맡기 쉽지 않던 나로서는 할렐루야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토토 씨는 슬프게도 짝퉁이었다. 일생을 반거들충이로만 살아왔던 토토 씨는 이번에야말로 하며 심기일전 머리를 까까중으로 하고 소설을 써 보려했다. 그러나 이 년 전 머리를 밀고 교통사고가 난 이력이 있기에 참기로 하였다. 사고를 핑계로 홀로그램처럼 살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번에는 밥도 주고 방도 주는 문학관에 석 달을 작정하고 입주하였다.

그러나......

두 달간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소설에 대한 기본도 부족한데다 일 년은 병원을 집보다 더 찾았고 그 후, 일 년은 간츠케(배낭이름)와 기차만 타고 다녔으니 그럴 만도 하지하였으나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었다.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기는커녕 물도 못 넘겼다.

 

또 하루가 지나가고 밤이 되었다. 산책을 하고 들어 온 토토 씨는 아 틀렸다 이제는 초등학생 동화 수준이더라도 시작하는 수밖에- 자책하며 그의 방인 10호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허락도 없이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작업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9호실의 강 작가도 11호실의 권 작가도 아닌 생판 남이었다.

 

저기요. 누구십니까?”

“...... ......”

실례지만 누구시냐니까요?”

? 나 몰라? 같이 살잖아?”

같이 살다니요? 저는 혼자 아니 동생과 이십 년 째 같이 살고 있습니다만.”

-. 한참 쓰는 중인데...방해네. 사람은 각자 마음속에 또 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말도 못 들어봤어, 사람에 따라서겠지만.”

글 쓰러 오신 분이라면 다른 방도 있으니 그리 가시죠.”

당신과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라니까 말 귀를 못 알아듣네. 그럼 당신 귀 속에 살고 있던 매미가 환생했다고 해 둡시다."

 

그는 토토 씨에게 이명증이 있다는 것을 알아맞히었다. 계속 자판기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혹은 리폼상회? 거 왜 사람들이 버린 것이거나 고물상에서 쓸 만한 것 있으면 주워 모아 빼퍼질 하고 꿰매고 뺑끼칠 좀해서 납품하는 뭐 그런거 있잖아. 아니면 당신처럼 짝퉁일 수도 있지.”

 

따지고 보면 세상의 구십 퍼센트는 짝퉁하며 그는 의자를 돌려 침대에 걸터앉은 토토 씨와 마주 했다.

 

어때? 지금 한 줄도 못 나갔지? 내가 대신 써 줄까하는데? 조건이 하나 있지만.”

 

그러면 그렇지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군. 토토 씨의 사정을 아는 것으로 보아 독심술이라도 배운 모양이었다.

 

짝퉁소리를 들은 토토 씨는 마음이 흔들렸다. 흔들린 것은 수치심이나 모욕감에서 나오는 의욕 같은 반발심이 아니라 타협심이었다.

 

당신이 얼마나 잘 쓴다고 그 따위 소리를 하시오?”

 

하하하. 당신과 사는 매미에게 조차 그렇게 퉁바리맞고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다니. 당신 실력이야 겨우 시러베장단이나 맞추는 정도 아니요. 하하하.”

 

어찌 알았을까? 귀 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필력이 없는 토토 씨를 놀린다는 것을. 토토 씨는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내 좀 급하긴 하지만......작품을 보고 고료도 양보할 생각은 있습니다만. 어흠.”

고료 따위는 당신이나 필요할 터이고 내가 작업할 때 당신은 대포나 쏘시오.”

대포라면 술 말입니까? 막걸리 같은?”

그런 술 말고 진짜 대포 말이오. 이순신 장군이 왜란 때 썼던 천자포 같은.”

아니 요즘 세상에 그런 대포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설사 있다고 칩시다. 그걸 어디다 쏩니까?”

어디긴? 세상을 향해서지. ! 하고 말이오. .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할 일이고 이제 계약한 걸로 알고 나는 글에 열중 할테니 빨리 대포 쏠 궁리나 마련하시오. 당신이 쏘면 나는 쓰고. 내가 쓰면 당신은 쏘고....OK? 자 이제 말 걸거나 방해할 생각 말고. 나가 보시오

 

머쓱해진 토토 씨는 밖으로 나왔다. 세상을 향해서 뻥! 하고 쏴라. 귀속에서는 매미소리 대신 종소리가 뎅뎅 났다. 집히는 데가 있어 문원에서 멀지 않은 이진상회로 갔다. 이진 상회는 골동품 등을 전국은 물론 외국에서 사들여 다시 되파는 오래된 곳이었다.

 

정말 선풍기 두 대 크기 정도의 검은 쇠덩어리 대포가 있었다. 물론 포탄이 발사되는 것은 아니고 신문지 따위를 뭉쳐 넣고 화약에 불을 붙이면 뻥!하고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는, 막걸리가 아닌 진짜 대포였다. 귀속의 매미든 누가이든 선견이 있었다.

 

그 날부터 토토 씨는 매일 뻥! ! 하고 대포를 쏘았다. 밤에 쏴야하는데 어쩌지 했으나 다행히 문원이 동네에서 떨어져 있고 소리가 어마무지하게 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신나게 쏘았다.

 

기회 평등한 놈, 과정 공정한 놈, 정의로운 놈, 뻔뻔한 놈, 죽일 놈, 살릴 놈, 훔쳐가는 도둑년, 시침 떼는 나쁜 년, 침몰하는 배 밧줄 걸어 산 사람 묶는 놈, 오지랖 넓은 놈, 부러진 사다리에 본드 발라 걸쳐놓고 사진 찍는 놈, 딸 이름도 이번에 알았다는 놈, 이십 구 만 원 밖에 없다던 두완이가 내가 졌네 할 놈, 이완용이가 아이구 우리 형님 어디 갔다 오셨수 할 놈, 한나라 십상시가 유학 오면 가르칠 놈, 모두 모아 거름통에 불렸다가 달달볶고 화약으로 짓이겨 불당겨 뻥! 쏘는 맛이 각별했다.

 

그래도 그 누구는 가타부타 말없이 제 할 일만 했다. 한 번은 토토 씨가 나의 뻥이 어떠냐고 비나리치니 돌아 온 건 지청구였다.

 

문학하기는 글렀어. 남 핑계로만 뻥뻥쏘니......쯧 당신이 글을 못 쓰는 것은 당신이 까먹은 시간이 복수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아야지. 허긴 당신이 젊었을 때 나폴레옹의 백분지 일 만큼이라도 책을 읽었다면 내가 당신 귀에서 나올 일도 없었을 껄? 그럼 내가 나폴레옹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누구는 밤에 나타나서 심야 혹은 새벽까지 작업을 하다가 새벽 무렵에 토토 씨의 침대에서 곯아떨어지곤 했다. 같이 자는 것이다.

 

토토 씨가 누구의 원고를 무사히 B시에 납품했다. 대포는 한 달만 임대하였기에 반납했음에도 게다가 문원과의 삼 개월 계약도 끝나 집으로 온 이후에도 계속해서 누군가를 대필했다. 글 솜씨는 적어도 토토 씨 보다는 빛이 났다. 작업 중일 때 토토 씨는 무료하게 책을 보거나 침대에서 캬라멜 봉지에서 시간을 까먹고는 했다.

 

소설이 완성되면 이미 개념이 없어져 뻔뻔해진 토토 씨를 저자로 올려놓았다. 요즘 유행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이미 개념 많은 뻔돌이와 뻔순이들의 카오스 세계였기에 무방한 듯이 보였다. 토토 씨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었다.

 

한 집에 살고 있는 토토 씨의 동생은 그를 보는 둥 마는 둥 투명인간 취급하고 있었고, 누구는 토토 씨의 동생을 낮에 켜 놓은 전신주 등처럼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토토 씨는 누구의 작품이 외부로 알려질까 두려웠다. 짝퉁은 짝퉁다워야 하는데......토토 씨의 작품이 아닌 것이 알려지면 곤란했다. 세상은 눈치 챌지도 모른다. 토토 씨는 나를 위해 누구가 죽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폼 나고 화려하게 장미가 있는 것이 좋겠다.

 

어느 날 아침 동생은 밥 때가 되었는데 형이 나오지 않자 방문을 열었다. 침대위에서 형이 피 범벅이 된 채 누워 있었다. 배를 찌른 것이 장미 칼인지 피 칼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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