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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적에(21) - 반복된 세계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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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세 역사전문위원
기사입력 2020-10-15

  서기 21세기 벽두부터 벌어진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이 인류를 일상적 전쟁상태의 공포에 빠지게 했다면, 금융위기는 일상적 경제공황상태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사실상 미국이 막무가내로 중앙아시아와 서남아시아의 천연자원 장악을 노린 일방적 침략전을 벌일 때 경악했던 많은 사람들도, 그나마 세계경제 발전을 위한 에너지 자원의 안전한 확보라는 명분 같지도 않은 구차한 명분이나마 실현되고, 그에 따른 경제적 안정이라는 열매라도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마저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신세기의 첫 십 년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그 가냘픈 기대감은 공허한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게 99% 이상의 사람들에게 명백히 인식되었다.

 

   서기 2008년에 세계경제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는 미국경제 자체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후 곧 세계경제에 달갑지 않은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신세기 들어서자마자 시작된 지능공학(IT : Intellectual Technology)산업 버블의 붕괴와, 9.11 이후의 계속된 대테러전쟁 등으로 급속히 악화된 경제를 살리려는 시도로 탄생한 부동산경기 부양책이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이하 서모론’)이었다.

 

 

   이것은 신용도가 낮은 절대 다수 미국서민들의 부동산을 담보로 시가와 맞먹는 수준의 대출을 해 줘서 서민들이 그 돈으로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려는 취지였다. 문제는 대출이자가 높게 책정된 데 있었다.

 

   미 정부당국은 경기부양책으로 일반 예금에 초저금리 정책을 썼는데 그로 인해서 부동산 가격이 뛰기 시작하자 신용등급 낮은 서민들도 서모론을 이용하여 주택구입에 나섰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률이 서모론의 고금리를 감당할 수 있을 걸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기 2004년부터 일반 예금의 저금리정책이 종료되면서 부동산 버블이 급속히 꺼졌고 서모론 이용자들은 부동산을 처리해도 대출금과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대거 파산에 내몰려 알거지가 되어 갔다.

 

   서모론에 몰입했던 금융기관들 또한 대출금 회수불능상태에 빠졌고 그 여파로 수많은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의 부실화가 이어졌다. 심지어는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금융기관보험회사증권회사들까지도 파산상태에 빠졌다. 그에 따라 미국 내 경제는 공황상태에 돌입했고 그 영향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대규모 금융회사들이나 보험사들도 줄도산하여 세계인들을 경악케했던 서모론사태였지만, 정작 피해가 집중된 집단은 그렇지 않아도 신용도가 낮았던 일반 서민들이었다.

 

   사태의 원천적 책임을 져야 할 서모론 관련자들이나 그들의 충실한 하수인이 되어 신기법(新技法) 금융공학이라는 현란한 간판을 내걸고, 그들만이 알 수 있을 듯한 전문용어들로 포장된 갖가지 정체불명의 금융파생상품들을 만들어 냈던 그 많은 경제전문가들 중 사태에 책임지겠다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파산하거나 구조조정에 내맡겨진 그런 금융회사들의 소위 최고경영자라는 작자들은 그런 수법을 통해 서민들을 등쳐서 마련한 자신들의 막대한 재산을 서민 구제에 다 내놔도 모자랄 판에 거액의 보너스 잔치를 벌임으로써 빈축과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커녕 자신들에게 쏠린 세간의 눈총 따위에는 무신경한 채 극도로 이기적인 야비한 수전노집단이었음이 명백해진 것이다.

 

   자칭 경제전문가나 경제학자라는 작자들도 저들의 상전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일이 속수무책으로 다 터진 다음에야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한 어조로 비난하며 실속 없이 공허한 대책들을 획기적인 새로운 이론인 양 구구각색으로 내놓으며 변명에 급급했다. 두 집단 모두 인간으로서의 기본 양심조차 없는 사기꾼 집단이었던 것이다.

 

   신세기에 대한 기대가 단 십 년도 못 되어 허망하게 허물어져가는 현실을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미국의 서민들은, 신자유주의 도입 이후에 빈부격차의 상징처럼 내세워졌던 ‘20:80의 사회도 아닌 ‘1:99의 사회가 되었다고 분노했다.

 

   그 결과, 누가 따로 선동한 것도 아니고 어떤 조직조차 없이 세계 금융지배의 상징인 뉴욕 월가에 모여 들어, 수천 명씩 몰려다니며 월가를 점령하자(Occupy Wallstreet)'라는 피켓들을 들고 왜곡된 현실에 대해 절규했다.

 

   그런데도 뻔뻔스러운 금융사기꾼들은 시위대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며 배후를 색출하라고 공권력에 요구했으나, 배후 같은 건 애초에 없었으므로 공허한 주문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미국에서 대공황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미국과의 무역으로 경제를 지탱하던 나라들 또한 무사할 수 없었다.

 

   문제는 그런 나라들이 단지 몇 개의 나라가 아니라 소위 신자유주의에 자진 동조하거나 동조할 수밖에 없었던 지구상 대부분의 나라들이었다는 데 있다.

 

   심지어는 세계무역기구에 갓 가입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던 중공베트남러시아 등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미적 성향이던 나라들도 그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경제와 금융 운용에 있어서 비교적 자립성을 유지하고 있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말레이시아이란북한 등은 상호 생활수준상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어쨌든 그리 커다란 영향은 받지 않고 버텨냈다고는 한다.

 

   서모론으로부터 파급된 세계 금융공황이 일깨워 준 교훈이 있었다면, 이제 세계는 싫건 좋건 간에 하나의 커다란 경제권 테두리 안에서 작동하고 있어서, 공존이냐 공멸이냐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점이었다.

 

   자본주의의 제로섬게임적인 생리로서는 모두가 공영(共榮)할 수 있는 방법이 그 때까지 나온 바 없다. 그 결과는 결국 어떤 형태로든 무한 제로섬게임 경쟁으로 치닫기 마련이므로 갈등의 극대화와 투쟁은 단지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따라서 공영이라는 개념보다 비교적 균등한 생활수준을 목표로 하는 공존의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었다.

 

   월가의 경영자들이 보여 준 후안무치한 작태들과 그들에게 절절 매는 한심한 공권력의 현실로 봤을 때, 그리고 승자독식의 황금만능주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에서, 요원한 느낌은 있지만 공존의 길은 결국 하나밖에 없었다.

 

   수백 년간 지구상의 부를 과식해 온 나라들과 대자본가들이, 먼 미래는 물론 현실에서 벌어질지도 모를, 없는 자들에 의한 대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세계적 빈곤퇴치를 위하여 자신들의 기득권을 대폭 양보하는 대결단을 내려야 할 대전환기적 시점이 찾아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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